몸은 거대하나 마음은 더 위대한 '더 웨일'

1. 제목 :  더 웨일 (The Whale, 2022)

 

 

2. 기본정보

• 개봉 : 2023.03.01
• 장르 : 드라마
• 국가 : 미국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17분
• 제작비 : 300만 달러
• 나의 평점 : 9점 (10점 기준), 어두운 곳에서 빛을 찾아 나서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
• 수상내역 : 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분장상, 2023

 

3. 출연/제작

• 감독 : 대런 아로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 제작 : 대런 아로노프스키 Darren Aronofsky, 제레미 도슨 Jeremy Dawson, 아리 핸델 Ari Handel
• 각본 : 새뮤얼 D. 헌터 Samuel D. Hunter (원작자)
• 기획 :  타이슨 비드너 Tyson Bidner
• 출연 :
  
  • 브렌든 프레이저 Brendan Fraser - 찰리 역
  • 세이디 싱크 Sadie Sink - 엘리 역 (찰리의 딸)
  • 홍 차우 Hong Chau - 리즈 역 (찰리의 전담간호사)
  • 타이 심킨스 Ty Simpkins - 토마스 역 (젊은 선교사)
  • 사만다 모튼 Samantha Morton - 메리 역 (찰리의 전부인)
  • 사티야 스리드하란 Sathya Sridharan - 피자배달부 역

• 음악 : 롭 시몬센 Rob Simonsen
• 촬영 : 매튜 리바티크 Matthew Libatique
• 편집 : 앤드류 웨이스블룸 Andrew Weisblum
• 의상/분장 : 애드리언 모로트 Adrien Morot
• 제작사 : 프로토조아 픽처스
• 배급사 : A24,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4. 주요 스토리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은둔하며 살아가는 ‘찰리’는 온라인으로 에세이 작문 강의를 하는 대학 교수이다. 초고도 비만으로 주변사람을 제외하면 자산의 모습을 극도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며, 온라인 수업 시 카메라도 켜지 않고, 매일 시켜 먹는 피자도 직접 배달부와 대면하지 않고 우편함에 배달비를 넣어 가져가게끔 하고 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며 건강도 악화되며 갖은 질병을 달고 살아가던 차에 울혈성 심부전까지 닥쳐오면서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사실상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인지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17살이 된 엘리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으로 인해 반항적으로 성장해 있었으며 자신을 버리고 떠난 찰리에게 매몰찬 말을 내뱉지만, 찰리는 딸을 정말로 사랑했기에  딸과 화해하고 싶어 한다.
 

마침 엘리가 낙제를 면하기 위해 작문 과제를 대행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번 주동안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네가 얼마나 놀라운 사람인지 알려주고 싶었어! 

 

그리고 엘리와 함께 있는 동안 엘리가 자신을 향해 매정한 모습과 악담으로 일관해도 꾸준히 긍정적인 얘기를 해준다.
 
이후부터는 영화의 스포를 보여주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분은 넘어가도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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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찰리는 아내와 딸이 있는 가장이었으나, 8년 전 만난 제자 앨런을 통해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에 눈을 떠 가족을 버리고 그와 연인이 되었었다. 하지만 집안의 모태신앙과 얽힌 갈등으로 인해 앨런은 자살을 택했고, 연인의 사망으로 인해 삶의 의지를 상실한 찰리는 폭식을 거듭한 끝에 몸을 제대로 가누기도 힘든 초고도비만으로 전락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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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전담 간호사인 리즈는 실제 앨런의 여동생으로, 현재 찰리의 유일한 친구다. 방문할 때마다 찰리를 매우 염려하지만, 결국 찰리를 위해 원하는 음식을 주는 모순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거동이 불편한 찰리를 위해 편의를 봐줄 장비들을 챙겨다 주며 많은 도움을 준다.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새생명선교회란 사이비 종교단체를 증오하고 있으며, 그곳에 소속되어 있던 토마스를 상당히 경계했다. 찰리가 돈이 없어 건강보험도 못 들 정도로 가난한 처지인 줄 알았으나 오직 엘리를 위해 모은 거금이 있는 걸 알고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죽기 전에 다시 찾아와 화해하고 마지막으로 찰리의 임종을 준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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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는 새생명선교회 소속의 젊은 선교사이다. 그는 새생명선교회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중, 공금을 훔쳐 도망치다가 가족과 연락을 끊은 배교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누군가를 돕고 구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방황하다가 고통에 신음하는 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마침 집에 있었던 찰리의 딸 엘리에게 마리화나도 강권받고 털어놓지만, 엘리는 토마스 몰래 이를 다 녹음하고선 나중에 토마스가 떠나온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서 보내주고 토마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엘리 덕분에 부모님에게 용서받고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에 매우 고마워하며 보답으로 자신이 찰리를 구원하겠다고 말하지만, 찰리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자 역겹다고 하면서 거부감을 표한 뒤 떠나고 만다. 결국 토마스의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행동은 진심에서 우러난 마음이 아닌 자기 합리화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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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앨리가 몰래 수면제가 든 샌드위치를 먹이는 사고를 치면서 호흡을 힘들어지게 만들고, 엘리가 아버지를 몰래 만나러 간 것에 열받은 찰리의 전처 메리가 찾아와 엘리의 만행을 보여주며 엘리를 악마라고 매도하는 게 된다.
 

 

그리고 병원에 가도 괜찮을 정도의 재산이 있었음에도 이를 숨긴 것에 리즈가 찰리에게 크게 분노해 버리고, 은둔하는 처지를 걱정하며 안부를 묻던 피자 배달부 댄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쳐 버리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스트레스가 폭발하며 자신이 강의하는 사이트에 자신을 노출시켜 학생들을 향한 막말을 퍼붓고 폭식과 구토를 반복할 정도로 더욱 정신적으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죽음의 선상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성찰하고 학생들에게 마지막 수업을 통해 자신의 비대한 모습을 보여주며 ‘에세이는 진솔한 마음을 담아 쓰라’는 가르침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그리고 리즈와 화해하며 자신의 임종을 준비하게끔 한다.

 
또한 최후의 순간에서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 엘리를 통해 구원을 받으면서, 스스로 온 힘을 다해 일어나 딸에게 걸어가며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고 가족들과 바다에 갔던 추억을 회상함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인다.

 

 

5. 주요 관람평

 

영화에 나오는 메인 출연진은 크게 4명이다.

이 영화의 주연인 '찰리'.

처음 영화포스터를 보고 몇 번이나 이 사람이 <미이라>의 주인공, ‘브렌든 프레이저’가 맞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쳐다보게 되었다.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하고 실제 이렇게 바뀌었을까 싶어 서글퍼 보이기도 했는데 얼마 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타며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는 것을 보고 인생은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주인공을 인신공격하려는 것이 아니지만 그토록 아카데미 주연상을 타려 노력한 수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흥행으론 성공했지만 작품성으로는 의문이 있는 <미이라> 시리즈의 주인공이  <더 웨일>이라는 영화 한 편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되니 정말로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져 놀라울 따름이었다.

 

 

스토리를 보기도 전에 272kg의 거구 ‘찰리’를 과연 연기를 어떻게 할지? 실제로 그렇게 살을 찌웠을지? 궁금함과 함께 쭈욱 영화를 보게 되었고 아래 항목에서 별도로 다루어 보겠다.

 

'찰리'의 딸인 '엘리'.

 

세이디 싱크가 이 역을 맡았는데 아빠에게 버림받는 상처를 사춘기 소녀의 감성으로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마치 길을 잃고 헤매듯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에게 독설가로, 폭력적으로 다루면서도, 배려와 용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찾아 길을 개척해 나가는 똑똑한 딸을 잘 표현하였다.

 

 

'찰리'를 간호하는 ‘리즈’.

 

'홍차우'라는 인물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만큼 명연기를 펼쳤는데 '찰리'만큼 복합적인 인물이다.

'찰리'를 관대하게 보호하는 간호사이지만 필요하면 날카롭게 꾸짖음을 행하게 된다.

과거의 오빠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찰리와 깊은 유대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에게 계속 그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존재로 각인시킨다.

 

'찰리'를 선교하는 '토마스'.

 

'타이 심킨스'는 찰리의 집에 들어와 그의 영혼을 구원하기로 결심하는 순진해 보이는 젊은 선교사 토마스를 맡았다. 결국은 선교를 통한 구원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게 하는 그의 이중적 잣대를 조용하고 내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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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중한 몸으로써 승부한 <더 웨일>은 그만큼 강인한 인상을 준 것이 아닐까?

※ 참고로 웨일은 '고래'라는 뜻도 있지만 속어로 '과체중인 사람'을 의미한다.

 

 <조지 오브 정글>과 <미이라> 시리즈를 흥행시키며 전 세계적 스타가 됐던 브렌든 프레이저는 여러 부상과 성추행을 당하는 충격적 사건까지 겪으면서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며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2년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더 웨일>로 화려하게 부활하여 관객과 팬들이 ‘브레네상스(브렌든+르네상스의 합성어)’라는 해시태그로 그의 복귀를 축하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의 아버지, 남편, 파트너로서의 삶이 스스로 산산조각 낸 인물을 감상적으로 보이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자기 자신의 심신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찰리는 삶과 모든 아름다움을 사랑하지만 은둔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문제 해결을 미루어 왔다. 한마디로 감정적,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커다란 몸을 매개체로 하여 자멸하는 모습을 처절하게 잘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학생들과의 강의를 통해 ‘진솔하라’라고 가르치지만 사실 스스로에게 하는 충고임을 깨달으며 죽음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구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명연기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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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퀴엠>, <더 레슬러>, <블랙 스완>등의 걸작을 만들어낸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을 살펴보자.

 

그는 10년 전 동명의 원작 연극 [더 웨일]을 관람 후 캐스팅 선정을 고민하다 마침내 신작을 내놓으며 또 한 번의 역작에 도전한 것이다.

그의 작품들의 주인공들을 살피어 보면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던 미키 루크를 <더 레슬러>의 주연으로 발탁해 다시 한번 그의 인생을 돌려놓은 것처럼  한때 최고의 스타였지만 수차례의 수술과 재활, 이혼, 성추행 사건 등으로 할리우드 밖으로 밀려난 브렌든 프레이저를 발탁해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가운데)

 

마치 희로애락의 감정기복을 최대한 깊게 느끼고 체험했던 주인공들이 절박함속에 묻어나는 진실함이 영화 속에서 깊이감 있는 연기력으로 증명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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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연극과 비교하며 작품에 대해 들여다보자.

 

영화와 연극을 비교하길 좋아했던 나로서는 연극 <더 웨일>은 무척 낯설다.

일단 우리나라 연극무대에서 하기 쉽지 않았고, 실제 해외연극을 본다면 영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 보인다.

 

 

연극 <더 웨일>은 2012년 초연된 작품이다. 원작자인 사무엘 D. 헌터는 한정된 무대에서 진행되는 연극장르이며, 주인공이 공연 내내 소파에 앉은 채 진행되는 이야기라 과연 관객이 이러한 공연을 보러 올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연극 <더 웨일>은 초연과 동시에 인간의 영혼에 관한 광대한 탐구와 진정성과 유머를 잃지 않는 캐릭터, 그리고 슬픔과 강박, 구원에 관한 깊이 있는 감동이 담긴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히트를 쳤다.

 

영화 역시 연극의 무대를 십분 활용하듯 크게 변화하지 않고 99%의 장면이 '찰리의 집'에 고정시켜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이 놀랍도록 빠르게 전개되고 연극적 요소를 많이 담은 대화량으로 별 지루함 없이 집중해서 보게 되는 힘이 느껴졌다. 이는 관객들이 이야기에 초대받은 한 것처럼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구조로 다듬는데 주력했던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가 어느새 자기에게 부메랑처럼 오게 되면서 상처를 받게 되고, 이를 통해 자기 잘못에 대한 깨달음을 자기 파괴로 이어지고, 다시 구원으로 승화시키게 되었다. 거대한 몸을 더 위대한 마음으로 승화시키는  <더 웨일>이 된 것이다.

 

감독인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말했다.

 

“저는 연극 <더 웨일>이 담고 있는 주제와 아이디어, 그리고 우리의 편견이 비인간적으로 만든 것들에서조차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방식에 깊게 공감했습니다. 가슴이 아팠고 웃음이 났고 각 인물이 발견하는 용기와 우아함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죠. 관객들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 안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것, 그게 제 작품을 통해 제가 추구하는 목표였는데 <더 웨일>에 담겨 있었습니다” 

원작자인 새뮤얼 D. 헌터 역시 말한다. 

“저는 저의 성적 정체성을 추하게 여기는 근본주의 기독교 학교에 다녔고, 때문에 여러 해결되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음식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맺게 되었죠. <더 웨일>을 쓰면서 그 모든 것들이 제안에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처리되지 않은 슬픔이 찰리의 밑바닥에 깔려 있습니다. 그는 울혈성 심부전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를 진짜로 죽게 만드는 건 자신이 가진 슬픔과 화해하지 못한 까닭일 것입니다”

 

 

 

6. 관련 영상

헐리우드 버전을 소개한다.

더 웨일 - Official Trailer 2 | IMDb

한국어 버전도 소개한다.

그리고 브레든 프레이저의 수상식을 보며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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