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주연과 바로 매칭이 되는 공연들이 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 '영웅'에는 정성화가 있듯이 '레바카'에서는 옥주현이 있습니다.
공연 자체도 수준급 이상이지만 주연배우들이 부른 최고의 넘버들이 뇌리에 딱 박혀 있는데요.
그중에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컬을 소개하려 합니다.
다들 잘 아시는 공연이지만 저는 이제야 봤네요.
명불허전의 공연으로 최고의 뮤지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보고 싶어 했던 이유는 차에서 우연히 들었던 영상이 계기가 되었는데 함 감상해 보시고 진행하도록 할게요.
어떠세요? 공연을 안 보았지만 호기심에라도 무척 보고 싶지 않으세요?
자! 유튜브 영상을 보고 더 살펴보거나 안 봤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저와 함께 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볼까요?
※ 뮤지컬을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현재 24년에 앙코르 공연이 LG아트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1. 기본정보
- 공연기간 : 2023.08.19 ~2023.11.19
- 공연시간 : 화, 목 19:30, / 수, 금 14:30, 19:30 /토, 일 14:00, 19:00 / 월요일 휴무 / 공휴일은 시간대별 조정
- 러닝타임 : 175분(인터미션 20분 포함)
- 공연가격 : VIP 170,000원, R석 140,000원, S석 110,000원, A석 80,000원 (할인요소 해당 시 5~30% 할인)
- 연령제한 : 08세 이상 관람가
- 공연위치 : 서울 종로구 대학로 8가길 85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94 블루스퀘어(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 공연종류 : 라이선스 뮤지컬
- 주차유무 : 해당건물 내 주차가능
- 공연문의 : 02-6391-6333 (카카오 ENT)
- 연관링크
2. 줄거리
줄거리를 아래와 같이 이야기해 봅니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 레베카를 잃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막심 드 윈터.
그는 몬테카를로 여행 중 우연히 ‘나’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서 함께 생활하게 되는데...
맨덜리는 아름다웠지만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마치 죽은 레베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처럼 맨덜리의 모든 것은 여전히 레베카에게 깊게 물들어 있고 집사 댄버스 부인은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며 ‘나’에게 경계심을 드러냅니다.
사랑하는 막심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던 ‘나’와는 달리 죽은 옛 마님 레베카에 충실했던 댄버스는 ‘나’를 업신여기고 가장무도회를 통해 망신을 주기까지 하면서 막심과의 관계도 위태롭게 만듭니다.
‘나’가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할 때, 레베카의 보트와 시신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지난밤 다시 맨덜리로 가는 꿈을 꾸었다.
여기서부터 추가의 이야기를 알고 싶다면 아래 글을 읽으시면 되고, 공연 보기 전에 결말을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관람평 및 기타 공연정보로 바로 패스하시기 바랍니다.
레베카의 시신이 발견되자 절망하는 막심에게 '나'는 레베카를 아직도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막심을 완전히 가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곁에만 있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막심은 실제로 레베카를 사랑한 적이 없다며 레베카의 죽음에 얽힌 모든 사실을 ‘나’에게 털어놓으면서 죽은 레베카가 자신을 이겼다고 하며 괴로워합니다.
실제 레베카는 실은 막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결혼한 것으로, 결혼 직후 계약을 제안합니다.
자기가 훌륭한 아내 역할을 할 테니 자기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라고 합니다.
가문의 명예에 먹칠을 할 이혼 스캔들을 두려워한 막심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레베카는 평소에는 모두가 감탄하는 충실한 맨덜리 안주인 역할을 하며 한편으로는 보트 보관소를 개조해 그곳에서 수많은 남자(그중에는 레베카의 사촌 잭 파벨도 있었다.)와 방탕한 생활을 즐기게 되죠.
막심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오던 어느 날 보트 보관소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본 막심은 런던에서 몰래 돌아온 레베카가 잭 파벨과 보트 보관소에 있으리란 확신에 뛰어 들어갑니다.
그곳에는 레베카는 혼자 심각한 얼굴로 담배만 피워대고 있었고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막심은 '넌 우리의 계약을 깼다'라며 소리치지만 이내 레베카는 '난 아이를 가졌는데 어쩔 거냐'며, '맨덜리의 후계자가 될 그 아이를 다들 당신의 아이로 알 거라며, 난 완벽한 엄마가 될 테니 당신은 멍청한 아빠를 연기하라'며 막심을 비웃습니다.
열받은 막심은 레베카를 밀쳐버리는데 레베카는 막심을 비웃던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죽게 됩니다.
두려움에 당황한 막심은 보트에 레베카를 태우고 바다에 수장시켜 버리며 과거의 사건은 잊힌 듯했습니다.
결국 현시점에 레베카를 가라앉힌 그 자리에 배 전복 사고가 나고 배를 끌어올리면서 시체가 실린 보트까지 다시금 떠오르자 죽은 그녀가 끝내 자신을 이겼다며 막심은 절규한 것이죠.
처음에는 나약했지만 점점 막심을 사랑하며 강인해져 가는 '나'는 그건 사고였다며 막심을 진정시키고, 아무도 모른다면 이 사실을 숨기고 자살한 걸로 하자며 막심을 설득합니다.
그리고 막심 드 윈터는 레베카를 죽였다는 의심을 받으며 재판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잭파벨 (레베카의 사촌이자 그녀와 내연 관계를 맺고 있는 남자)이 레베카의 죽음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고 맥심과 '나'를 협박하며 코너로 몰아갑니다.
이 와중에 사건을 조사하던 줄리앙 대령이 댄버스 부인을 소환해 레베카의 죽음에 관해 묻습니다.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가 자살할 리 없으며 다만 늙어가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남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 없다 말하며 레베카와 연인이라 주장한 파벨을 몰아붙이다 오열합니다.
그녀는 매일 밤 집에 돌아와 나와 함께 침대에 앉아서 당신들 모두를 비웃곤 했어!
그렇게 우리는.. 숨김없이 모든 얘기를 나눴지! 레베카!
결국 줄리앙 대령은 증거를 찾기 위해 레베카의 수첩을 뒤지던 중 레베카의 마지막 스케줄이 적혀있던 날 런던에서 베이커란 산부인과 의사를 만났다는 수상한 스케줄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나', 줄리앙 대령, 파벨이 런던으로 떠나면서 또 다른 진실이 나타나는데요.
레베카는 익명으로 의사 베이커를 방문하여 (자궁) 암 말기 진단을 받아 임종을 준비하라는 말을 들어 자살 정황으로 정리가 됩니다.
댄버스 부인은 이렇게 모든 일의 전말을 알게 되고, 자신이 레베카를 위해 모든 걸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자신마저 속였다는 것을 비통해합니다.
절망한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의 붉은 코트를 입은 채 머리를 풀고, 최후의 발악으로 맨덜리 저택에 불을 지르고, 맨덜리 저택과 함께 최후를 맞게 되죠. 이후 맨덜리 저택 화재 사건 이후 사고에 휩쓸렸지만 살아 나온 막심과 '나'가 떠오르는 현재의 태양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끝을 맺습니다.
175분의 공연은 짧게 느껴질 만큼 압도적 노래와 연기, 무대연출로 빠르게 지나갑니다.
아래 링크로 2023 시츠프로브 하이라이트 음악을 바로 들어볼까요?
3. 관람평
1. 전체소개
영국인 서스펜스 소설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가 1939년 발표한 장편 소설 <레베카>가 원작입니다.
그녀의 소설 중 가장 큰 인기를 끈 작품으로 1939년~1965년 동안 300만 부가 팔렸고 많은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극, 뮤지컬로 각색되었는데요 가장 유명한 영상화 작품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1940년작 동명 영화 <레베카>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아 드라마 형식의 오스트리아에서 오리지널 뮤지컬이 최초로 만들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오리지널 공연은 원작 배경이 미국과 영국인 점을 감안해 모든 발음을 영어식으로 결정했으나, 국내 공연은 번안 과정에서 오히려 독일어 발음을 살린답시고 고유명사를 번안해 지대한 혼란을 야기했다네요.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 '맥심(Maxim)'은 독일어판에서도 '맥심'이지만, 국내판에서는 배경이 영국인데도 독일식인 '막심'으로 불렸는데 이유는 동명의 커피와 잡지 이름 때문이라네요.
뮤지컬 엘리자벳 등을 제작한 미하일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가 제작했고, 대본과 작사는 미하일 쿤체가, 작곡과 오케스트레이션은 실베스터 르베이가 맡았습니다. 빈 극장협회(Vereinigte Buhnen Wien, VBW)에서 제작했으며 한국 프로덕션의 연출은 '로버트 요한슨'이 맡았다네요.
또한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일부 투영된 소설입니다.
실제 작가의 남편 프레더릭 브라우닝에게는 검은 머리를 지닌 잔 리카르도라는 전처가 있었으나, 둘은 사이가 좋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잔 리카르도는 2차 대전 중 사망했지만, 듀 모리에는 그 전처의 존재감을 신경 썼고 남편이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지 않나 종종 의심하곤 했답니다. 일단 브라우닝이 전처를 더 사랑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결혼 중에 애인을 따로 두고 바람을 피우기는 했다네요.
그리고 더 재미있는 점은 결혼 경험이 있는 연상의 남자와 결혼한 1인칭 화자의 시점(주인공의 이름이 '나'로 진행되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남자의 전처가 주요 갈등 요소가 되고, 저택에 전처 혹은 그와 관련된 사람이 불을 지른다는 점.
사실 레베카는 제인 에어로 대표되는 19세기 영국 고딕 문학에 영향을 받은 소설인데, 이 시절 소설들 중엔 여성을 주인공으로 대저택의 어두운 비밀을 다루는 소설들이 꽤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소심하고 젊은 '나'는 최근에 아내를 잃은 부유한 귀족 맥심 드 윈터와 결혼을 하게 되죠.
드 윈터 가문의 땅인 맨덜리에 간 '나'는 그곳에서 맥심의 전처 레베카의 존재감이 맥심, 가정부 댄버스 부인, 집사 프리스, 하인들, 저택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레베카의 죽음 뒤에 감추어진 비밀이 밝혀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이 주인공 '나'의 입장에서 기술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2. 주인공 소개
오늘의 주인공은 '테이', '옥주현', '김보경'입니다.
말만 들어도 다 유명한 스타인데요.
그중에서 티켓파워가 가장 높은 ‘옥주현’ 때문에 예약을 했기에 공연 전부터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주연 외 조연도 만만치 않은 역할들을 하기에 각각의 캐릭터에 참여한 인물들도 관심 있게 보면 될 거 같네요.
윤석원, 윤사봉, 이은율, 김순택, 제병진, 김현웅, 이종원 님이 등장하네요.
아래에는 역할에 대한 상세 설명이 나와 있으니 꼭 보시고 공연을 감상하시면 더 재미있을 거 같아요.
3. 세부 평가
10년 차로 접어든 메가히트 뮤지컬 '레베카'의 공연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넘버면 넘버, 배우들의 연기면 연기, 빠르지만 완벽하게 진행되는 연출. 그야말로 최근 본 공연 중에 최고였습니다.
조연들의 호흡과 연기도 흐트러짐 없이 진행이 잘 되었어요.
다만 '막심'역을 맡은 테이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의 불타는 맨덜리 저택처럼 모든 배우와 이를 준비한 모든 이들이 혼신의 힘을 불태운 듯합니다.
그래서 저의 생각이 담긴 공연 평가를 해보고자 합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면 될 거 같아요.
하지만 이 기준으로 계속해서 평가를 하며, 공연의 수준을 더 높이 올리는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구분 | 관람평가 | 평가사유 |
즐거리 (플롯) |
★★★★☆ | 긴 시간의 공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빼끄럽긴 하지만 좀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더 좋지 않나하는 개인의 욕심입니다. |
음악 (넘버) |
★★★★★ | 넘버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훌륭하고 완벽합니다. 넘버가 넘버원입니다. |
연기 (배우) |
★★★★★ | 연기 또한 훌륭합니다. 옥주현의 가창력은 들을수록 가슴이 벅찹니다. |
연출 (조화) |
★★★★★ | 175분의 공연은 절대 지루하지 않고, 무대, 의상, 조명, 음향 최고입니다. |
무대 (관람좌석등) |
★★★★☆ | VIP석이라 무대관람하기에 최적입니다. 다만 A석의 위치와 거리가 어떨지는 의문입니다. |
가성비 (가격대비 공연의 질) |
★★★★☆ | 가격도 생각보다 비쌉니다. 물론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할인이 더 된다면 (40% 이상) 좋을 듯해요. |
4. 핵심포인트
제가 공연을 보면서 이 공연의 핵심은 이것이다!!
라고 요약해 봅니다.
레베카
같은 그 미소 내 심장을 찔러,
전부 잊을 수 있어도 지울 수 없는 미소,
싸늘한 미소, 칼날 같은 그 미소......
뮤지컬,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작품의 제목이자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레베카(Rebecca)'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 참고로 한국 뮤지컬 초연 당시 LG아트센터에서는 인터미션 안내방송에서 "도대체 레베카는 언제 등장할까요?"라는 멘트를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레베카는 보이지 않는 존재감을 내뿜으며 주인공인 '나'와 '댄버스' 그리고 '막심 더 윈터'사이에 갈등을 더 증폭시키게 되고, 치정, 음해, 살인으로 치닫게 됩니다.
레베카와 사랑으로 결혼한 줄 알았던 막심.
레베카의 흔적을 동경하고, 갈등하는 나.
레베카에 집착하고 죽어서도 평생의 주인으로 모시는 댄버스.
마치 레베카를 대리해서 대변하는 댄버스 부인은 노골적으로 막심이 새 부인을 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며 '나'와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내쫓기 위해 노력합니다.
공연에서도 이 두 주인공의 갈등이 제일 하이라이트이자 볼만한 명장면과 음악들이 나오게 됩니다.
특히 레베카의 물건을 내다 버리라는 명령을 받은 고용인들이 집안을 정리하는 장면에서 댄버스 부인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릅니다.
물건 목록을 들고 나타난 '나'가 고용인들에게 직접 지시하며 안주인 다운 모습을 보이고, 2층 난간에서 댄버스 부인이 그 모습을 보며 분노하며 허락도 없이 집안의 물건을 치운다고 화를 내죠.
그러자 '나'는 "미세스 드 윈터는 나니까 착각하지 말라"며 맞서며 댄버스 부인이 겨우 복원해 놓은 큐피드상을 보란 듯이 떨어트리고 그 자리의 자신의 물건들을 채워 넣으며 레베카의 흔적들을 숙청하게 되죠.
넘버, 댄버스부인 그리고 옥주현
레베카, 감히 그 누구도 당신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어.
모두가 당신만 기다려. 레베카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
- 댄버스 부인 -
레베카라는 공연을 본다면 나오는 음악 자체가 예술임을 알게 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튜브를 통해 본 레베카의 음악은 전율을 일으킬 만큼 아름답고 소름 끼칩니다.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게 댄버스 부인 역할의 옥주현 님 노래는 눈을 못 뗄 정도로 숨이 멎을 정도로 가슴을 얼얼하게 만듭니다.
댄버스 부인과 나, 옥주현과 김보경 두 주인공이 10년 전에 같이 노래한 영상을 아래와 같이 감상해 보시죠.
현재 700만의 조회 수를 가질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았네요.
압도적인 노래 실력과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저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보았던 영상이었습니다.
사실 댄버스 부인은 여기서 악역입니다.
맨덜리 저택의 집사로 레베카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모셔왔고, 그녀가 맨덜리로 오면서 함께 온 것으로 보입니다.
레베카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맨덜리 저택의 곳곳에 그녀의 흔적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고지식한 성격에 악의적이고 기만적이며, 자신이 레베카와 소통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갑작스럽게 맨덜리의 새로운 안주인이 된 '나'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확실히 악역이긴 하지만, 미친 가창력을 요구하는 넘버 '레베카'와 '불타는 맨덜리' 등을 소화해 내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배역이자 진짜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주인공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이 '옥주현'이죠. (사실 신영숙, 차지연 등 쟁쟁한 배우들도 훌륭합니다)
특히 17년도(4연)부터 옥주현은 댄버스 부인의 '영원한 생명' 넘버의 가사를 부분 개사하여 자신의 캐릭터 해석에 스며들 수 있도록 넘버를 소화하고 있으며 국내 팬들은 옥댄(옥대니, 옥주현 댄버스의 약자)이라 부르며 환호합니다.
넘버들의 향연
그리고 유튜브 영상이 아닌 실제 공연을 보는 게 훨씬 더 좋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레베카' 노래 외 27개의 명곡이 더 있었고, 한 곡 한 곡이 놓치기 너무 아까울 만큼 현장의 라이브 공연과 어울려 환상적인 전율을 느끼게 되네요.
28개의 넘버를 제목만 소개합니다.
[1막]
1-1. Du wirst niemals eine Lady / 절대 귀부인은 못 돼 - 반 호퍼 부인, '나'
1-2a. Er verlor unerwartet seine Frau Rebecca / 아침 식사 - 앙상블
1-2b. Am Abgrund / 절벽에서 - '나', 막심
1-2c. Zauberhaft natürlich[2019] #[2022] / 놀라운 평범함 - 막심
1-3a. Zeit in einer Flasche /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 '나'
1-3b. Hochzeit(Überleitungsmusik) / 결혼식(전환 음악)
1-4. Die neue Mrs. de Winter /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 댄버스 부인, 크롤리, 앙상블
1-5a. Sie ergibt sich nicht / 영원한 생명 - 댄버스 부인
1-5b. Die lieben Verwandten / 가족이란 낯선 이름 - 베아트리체, 가일스, '나'
1-6a. Bist Du glücklich? / 행복하니? - '나', 막심
1-6b. Bist Du böse? / 화났어요? - '나', 막심
1-7. Hilf mir durch die Nacht / 하루 또 하루 - '나', 막심
1-8. Was ist nur los mit ihm? / 절망에 지친 몸부림 - 베아트리체
1-9a. Sie war gewohnt, geliebt zu werden / 남자들이 숭배한 그녀 - 댄버스 부인, 잭 파벨
1-9b. Unser Geheimnis (Underscore) / 둘만의 비밀 - 언더스코어
1-9c. Rebecca I / 레베카 1 - (댄버스 부인, 앙상블)
1-10. Merkwürdig / 뒷담화 - 앙상블
1-11a. Sie's fort / 그년 떠났어 - 벤
1-11b. Gott, warum? / 신이여 - 막심
1-12a. Das schönste Geschöpf (Underscore) / 가장 아름다운 여자 (언더스코어)
1-12b. Ehrlichkeit und Vertrauen / 별빛 같은 한 사람 - 프랭크
1-13a. Ball von Manderley / 맨덜리 가장무도회 - 앙상블
1-13b. I'm an American Woman / I'm an American Woman - 반 호퍼 부인
1-14. Heut Nacht verzaubere ich die Welt / 오늘은 나의 세상 - '나', 클라리스
1-15. FINALE-ERSTER AKT / 1막 피날레 - 댄버스 부인, 앙상블
※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 주제를 반복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며, 이때 댄버스 부인이 부르는 노래는 '레베카 2'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2막]
2-0. Entr'acte / 간주곡
2-1a. Und Das und Das und Das / 맴도는 이름, 레베카 - '나'
2-1b. Rebecca - Version 2 / 레베카 (긴 버전) - 댄버스 부인, '나', 앙상블
2-1c. Nur ein Schritt / 저 바다로 뛰어 - 댄버스 부인
2-2. Strandgut / 건지는 놈이 임자 - '나', 크롤리, 파벨, 앙상블
2-3a. Sie's fort – Reprise / 그년 떠났어 (리프라이즈1) - 벤
2-3b. Du liebst sie zu sehr / 그녀는 당신의 전부 - '나'
2-3c. Kein Lächeln war je so kalt / 칼날 같은 그 미소 - 막심
2-4. Die Stärke einer Frau / 여자들만의 힘 - 베아트리체, '나'
2-5. Die Neue Mrs. de Winter Reprise /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리프라이즈) – 앙상블
2-6. Mrs. de Winter bin Ich /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 '나', 댄버스 부인
2-7. Die Voruntersuchung / 공판 (Trial) - 앙상블
2-8a. Eine Hand wäscht die andre Hand /가면 오는 게 있는 법 – 파벨
2-8b. Sie's fort – Reprise / 그녀는 떠났어(리프라이즈) - 벤
2-9a. Sie fuhr'n um Acht / 우린 어찌 될까 - 앙상블
2-9b. Keiner hat Sie durchschaut / 완벽한 속임수 – 막심
2-10. Rebecca – Reprise / 레베카 (리프라이즈) - 댄버스 부인, 그림자들
2-11. Jenseits der Nacht / 밤의 저편 - '나', 막심
2-12. Manderley in Flammen / 불타는 맨덜리 - 막심, 프랭크, 앙상블
2-13. Ich hab geträumt von Manderley / 어젯밤 꿈속 맨덜리 (리프라이즈) - '나', 그림자들
※ '2-1b. Rebecca - Version 2'는 레베카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사실상 메인 테마입니다.
레베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몇 안 되는 널리 알려진 뮤지컬 대표 넘버들 중 하나이죠.
여담으로 나(Ich) 역을 맡은 배우들은 댄버스 부인의 섬뜩한 표정과 금방이라도 확 낚아채 버릴 것 같은 분위기 때문에 실제로 겁을 먹을 때도 있다고 하네요. 넘버가 끝나고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 때문에 다음 곡 진행이 약간 지체될 정도입니다.
※ OST를 사서 듣는 것도 강추합니다, 정 안되면 아래 링크 유튜브로 전체 넘버 노래를 감상하세요!!
신의 한 수인 무대
레베카~ 나의 레베카 ~ 돌아와!!
안개의 성 맨덜리로...
뮤지컬 레베카가 가창력, 연기력과 호흡도 대단하지만 무대 연출력 역시 압도적입니다.
롱 타임으로 진행되지만 빠른 진행속도임에도 불구하고 무대장치들이 쉴 새 없이 상하좌우로 바뀌는 타이밍이 너무나 좋아 보는 내내 흐뭇하더라고요.
게다가 가장 하이라이트인 레베카(긴 버전)를 앞서서 소개해드렸지만 자세히 보시면 무대가 회전하면서 앞으로 나오는데 배경이 집안에서 발코니로 전환되며 부르는 노래와 연기는 전율을 일으키는 환상의 하모니였습니다.
자! 그럼 21년 버전에서 무대전환신(2:00 이후), 13년 버전에서 무대전환신 (5:14 이후)을 유심히 보시면 무인으로 무대가 돌아가며 앞으로 나오면서 여주인공 2명이 혼신의 열연을 하며 무대를 압도합니다.
실제 제작자인 미하일 쿤체(Michael Kunze)와 실베스터 르베이는 "한국의 <레베카> 공연이 세계 최고"라며 유달리 치켜세우는데 일종의 인사치레나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라 진심이 가득 담긴 말입니다. 13년 초연 이후 한국판 레베카는 흥행이 잘 따라준 것도 있지만 배우들의 실력과 무대연출이 최고라 인정할 만하기 때문이라 봐도 무방하죠.
인정할 수 없는 가장 근원적 이유는 뮤지컬 레베카가 논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안무·의상·무대·소품 등을 모두 원작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방식과 달리, 논레플리카 방식은 음악과 대본만 원본을 따르고 무대·조명·음향·의상을 비롯한 연출은 한국 뮤지컬 팬들의 취향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제가 공연을 볼 때는 커튼콜이 이루어졌지만 찍지를 못하게 하여 유튜브로 커튼콜한 영상을 공유합니다.
나름 주인공들의 순서를 스스로 정해 노래를 하게 되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마지막 열연은 공연 이후 잔상으로 계속 남게 됩니다.
5. 공연장 소개
[인터파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인터파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레베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네요.
건물 외부와 홀은 레베카 로고와 포스터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책과 관련된 인테리어도 나름 볼만하고 레베카의 방을 전시해 놓았네요.
공연 주인공들의 사진이 기둥 위에 배치되어 있는데 곧 볼 생각에 흥분되네요~
인터파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장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R이 눈에 확 띄는데 상당히 큰 공연장이네요.
무대가 잘 보이긴 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부터 10번째 자리인 VIP석이니까요?
하지만 무대의 주인공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아 오페라글라스를 꼭꼭 사서 와야겠다는 생각이 굴뚝같네요. ㅎㅎ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도 끝나고 아쉬움에 한 컷 찍어봅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머릿속의 흥분과 전율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자!! 공연장 소개를 이만 마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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