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나른한 오후에 날씨는 좋고 거리상 가보기 괜찮은 곳을 고민하다 택한 곳이 인천 제물포에 있는 '아트플랫폼'과 옆에 붙어 있는 '차이나타운'이었다.
열린 마음으로 별 기대를 안 하고 오후 3시쯤 도착한 곳은 인천 '중구청'이다.
구 인천부 청사로 주차하기 편해 간 곳인데 근대사에 아픔이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인천 제물포 지역이 개항 후 무역의 중심이 되었고 이 청사가 일본의 영사관(부속 경찰서. 감옥)이 있었던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구청 앞은 일제강점기 ‘일본풍 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나름 개조를 잘 하여 아기자기한 상업시설과 과거의 흔적을 알리는 박물관들이 곳곳에 있어 과거의 이곳이 어떤 분위기의 동네였는지 나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런 느낌을 정확히 알기 위해 바로 찾아간 곳이 인천개항장 근대건축 전시관 (구 인천 제18은행)이다.
내부엔 개항 시 일본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이곳에 거주하며 지은 여러 건물을 미니어처로 잘 전시해놨다.
실제로 이 동네를 돌면 아직까지 존재하는 건물도 많다.
또한 아래와 같이 지도를 보면 제물포항이 얼마나 일제강점기에 황금기인지를 직감으로 알 수도 있었고 그만큼 우리나라의 여러 원자재들이 거침없이 수탈됐을 거라는 생각에 약간은 씁쓸함도 느껴졌다.
간단한 구도심 내 속해 있는 곳곳의 건축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칼라가 이뻐서 한컷 찍어본다.
이 건물은 일본의 해운과 물류수송을 담당하는 상선회사 사옥이란다.
지금은 리모델링해서 아트플랫폼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긴 구. 인천 일본 제1은행이었고 현재는 인천 개항박물관으로 사용되어 개항 이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근대문물과 관련된 근대 문물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옛 서울청사를 미니어처처럼 축소해 놓은 듯하다.
대로 쪽으로 한 블록만 가면 근대문학관, 아트플랫폼이 있다.
인천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근처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리모델링하여 조성된 문화예술 창작공간인데, 아트플랫폼은 옛 개항장을 문화적 관점에서 만들어가는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이라 다양한 작품과 장소가 제공된다.
높지만 내부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서점도 있다.
벽자체가 작품이기도 하다.
디지털 아트로 빛을 시각화한 곳도 있다. 저녁에 보면 아름다울 듯하다.
2층에 브리지를 통한 작품 감상도 가능하다.
조적 벽 마감과 화사한 칼라감을 통해 따뜻하고 모던한 느낌이 솔솔 난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볼트, 와셔 등으로 만든 작품이 작품을 보게 되는 재미도 있다.
빠른 마무리와 함께 바로 옆동네인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했다.
붉은색과 황금룡이 중국 분위기를 물씬 풍겨준다.
초입에서 맞이하는 한중원인데 점점 이국적으로 바뀐다.
오래된 동네라 다양한 칼라와 풍성한 초록잎들이 폐가도 아름답다.
본격적인 입구로 들어서면 경극에 대한 설명이 있다.
하지만 입구는 여기 하나가 아니라서 진입구 별로 느낌이 다다를 거 같다.
골목의 칼라 감도 괜찮네....
차이나타운의 본진이랄까? 오른쪽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화춘도 보이고 대형 중국집이 줄줄이 모여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트에 15,000원으로 삐끼들이 각 가게 앞에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타격이 있어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가는 중간에 '의선당'이라 하여 불교 외 다양한 민간 신들을 모시며 여행객들을 위해 평안과 화합을 기원하는 장소가 있다.
좁고 낮은 문을 지나면 이렇게 기도를 할 수 있는 내부 공간도 있다.
정말 이곳은 중국, 대만, 홍콩에서 본듯한 신전 느낌이 물씬 난다.
이렇게 외부에도 소원을 빌는 곳도 아담하게 있네.
차이나타운 거리를 활보하다 거의 끝까지 와서 돌아본 컷 찍어본다.
누각에서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절로 먹고 싶다.
공원 측을 바라다보면 가파른 계단이 있는데 그리 높지 않아 가볍게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다 옆을 보면 십이지신 상이 귀엽게 자리 잡고 있다.
아 나도 이렇게 찌면 안 되는데 하는 죄책감이 느껴진다.
끝까지 올라가면 '선린문'이라는 중국식 문이 배치되어 있다.
다들 사진 찍느라 난리인데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면 울창한 나무와 공원, 그리고 '삼국지 벽화거리'가 있다.
삼국지에 나온 히스토리를 하나하나 벽에다 세련된 그림과 글을 새겨놓고 사람의 시선을 확 당긴다.
벚꽃이 다행히 여긴 이제 지기 시작해서 더더욱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 운치를 떠 받들어 주는 건 벽화거리 뒤로 있는 '자유공원'으로 아쉽게도 코로나로 인한 진입금지에 아쉬움만 그득하네.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고목도 압권이네.
공원 외곽을 따라 걸으면서 거의 마지막 종착지로 간 곳은 ‘제물포 구락부’로 지금으로 따지면 ‘제물로 사교클럽’이다.
겉으로 봤을 땐 오래된 건축물의 느낌이지만 내부를 들어가면 구락부의 느낌이 고급스럽다.
당시에 엄청 번화하고 다양한 파티들이 벌어졌을 듯하다.
여기는 다 2층이고 1층으로 내려가면 미술전시회를 한다.
요새 많이 이야기 나온 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작가의 사고와 배려심. 그리고 뛰어난 그림실력으로 나를 엄청 압도시켰다.
아 서양화에 수묵화를 입힌 듯 칼라나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여기까지 하고 뒤를 돌아 나오는데 조금 더 구석구석 더 구경했으면 더 좋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또 한 번 다시 와서 보겠다는 기대감을 마음에 담고 이만 마무리하려 한다.
어찌 보면 아픈 역사이기도 하기도 하지만 이곳이 그 시절에 엄청나게 부유했던 동네로서 여러 민족이 섞여 다양한 삶이 존재했음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이렇게 오래된 건물이 유지를 잘함으로써 많은 후손들이 그 역사와 삶의 흔적을 담고 보게 되는 문화유산이 됨을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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