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
최첨단 시대에 사람들은 왜 여행을 포기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을 뜬금없이 왜 하게 되었을까요?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보며, 인류라는 종족이 이상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이 막 보급될 쯤에는 여러 미래학자들이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견했었답니다.
왜냐하면 뉴욕이나 파리에 직접 가지 않고도 자기 집 소파에서 구경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죠.
또한, TV는 영화관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었고, 비디오플레이어가 대중화될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는 아직까지도 많이 존재하며,
여전히 사람들은 굳이 옷을 차려입고 밖으로 나가
공기도 별로 좋지 않은 극장까지 가서 옆자리 사람의 팝콘 씹는 소리를 견디면서 영화를 보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오늘은 ‘여행의 이유’이라는 책을 통해 꿈을 꾸었던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류는 이상한 종족
다들 아시겠지만. 구글은 전 세계 유명 미술관을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오래전부터 운영 중입니다.
실제로 인기 있는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 그림을 여유 있게 자세히 감상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하지만, 구글 아트 앤 컬처 앱이나 웹사이트로 들어가면
세계의 유명 미술관을 마치 실제 들어가서 둘러보는 것처럼 360도로 가상 체험할 수 있는 코너도 있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을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꼼꼼하게 살필 수 있는 코너도 있습니다.
힘들게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비싼 티켓 값도 절약할 수 있는 것이죠.
직접 가지 않는다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현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상한 종족입니다.
왜냐하면 떠나기 때문이죠.
가서 거기에 있고 싶어 하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 합니다.
2. 인류의 사냥방식
인류가 대형 유인원들과 97퍼센트 이상의 유전자가 동일하지만 그들과 결정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등은 활동량이 인간에 비해 현저히 적습니다.
그들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습니다.
하루에 열 시간 정도를 털을 고르거나 쉬고, 아홉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를 잡니다.
그래서 유인원을 연구한 학자들은 의아해했다고 합니다.
어째서 이들은 운동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는데
인간과 같은 대사증후군이나 심혈관 질환이 없을까?
심지어 동물원의 침팬지조차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인간은 왜 매일같이 엄청난 활동을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리는가?
유인원과 달리 초기 인류는 나무에서 내려와 걷고 뛰었다고 합니다.
탄자니아의 하드자족은 하루 평균 9킬로미터에서 12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이는 도시에 사는 평균 인간들이 일주일 동안 걷거나 뛰는 거리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이 종적들은 왜 이렇게 뛰었을까요?
인류라는 종족은 치타처럼 빠르지 않고, 사자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반면 인간에게는 무시무시한 이동 능력과 지구력이 있었죠.
작가가 소개한 BBC방송의 다큐멘터리 <인간 포유류, 인간 사냥꾼 Human Mammal, Human Hunter〉에서는
'인간은 특이한 타입의 포유류이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 Daniel E. Lieberman and Dennis M. Bramble, 2007. "The Evolution of Marathon Running: Capabilities in Humans." Sports Medicine 37(4-5)
이 다큐멘터리에서 인류의 사냥 방식을 엿볼 수 있는데,
칼라하리사막의 한 부족은 집단으로 쿠두 영양 사냥에 나서게 되는데,
이들의 사냥 방식은 지극히 단순하고 심플합니다.
그들은 사냥감의 냄새와 흔적을 좇아 뛰고 또 뜁니다.
목표를 무리에서 고립시키면서 무려 8시간을 추격하여 잡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이중에 누군가가 활을 잘 쏜다가 던가, 창을 잘 던져서가 아니라
영양이 탈진하여 스스로 쓰러질 때까지 따라간다는 점인 거죠.
결론적으로 원시인류는 사냥감이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뛰어서 쫓아가도록 진화했다는 것을 하버드배 고고학과와 유타대 생물학과 합동연구팀과 BBC 다큐멘터리에서 비슷한 결론을 냈다고 합니다.
3. 여행하는 인간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 부르며,
'여행하는 인간'으로 정의했습니다.
아주 오랜 과거부터 인간은 끝없이 이동해 왔고 그런 본능이 자신도 모르게 우리 몸에 체화된 것이죠.
우리는 아까 언급한 원시인류의 사냥방식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초기 인류가 어떤 존재였을지, 우리가 어떤 이들로부터 진화해왔을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류는 끝도 없이 걷거나, 뛰었고, 이점이 다른 포유류와 명확히 구분되는 강점이 되었습니다.
어떤 인류는 상상 못 할 아주 멀리까지 이동했던 것이죠.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그린란드나 북극권까지 갔고,
몽골에서 출발한 이들은 얼어붙은 베링해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가 마야와 잉카, 아즈텍 문명을 세우기도 했었습니다.
심지어 작가가 미국에서 체험한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놀라웠습니다.
아이오와라는 미국 중 서부에 위치한 작은, 주로 옥수수와 대두 농사가 주력 산업인 따분한 곳을 방문했는데,
이곳에서 동아시아의 매장문화를 봤다고 합니다.
동아시아의 어떤 민족들은 사람을 평지에 묻지 않고 산에 묻는데, 가능하면 강이 보이는 곳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런 자리가 길하고 후손이 잘된다고 믿는데, 이곳에서도 그 문화가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러한 풍습을 미국인들은 아직도 이해를 못 한다고 하는데,
어찌 되었든 끝없이 이동하는 인류라는 존재가 정말로 여행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 않을까 싶네요.
4. 여행을 포기지 않는 인간
이렇게 과거부터 차곡차곡 유전자에 새겨진 이동의 본능은
여행은 어디로든 움직여야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던 인류가 현대에 남긴 진화의 흔적이고 문화로 추정되는 것이죠.
아무리 피곤하고, 위험한 데다, 비용도 많이 들어도 현재시점에서 인간은 여전히 여행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인터넷이 시작될 때쯤 인터넷이 활성화된 시대가 된다면 수요가 줄어들 거라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게 되었습니다.
현재 코로나를 지나 여행은 오히려 더욱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관련근거로, 세계관광기구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이 아직 대중적으로 보급되기 전인 1995년에는 5억 2천만 명이 다른 나라로 여행을 떠났으나
2016년이 되면 12억 4천만 명으로 두 배가 넘게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 항공 승객은 1995년에는 13억 명 정도인데 2017년에는 39억 명으로 세 배나 폭증했으니 말이죠.
그래서, 인류는 여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더 많이 이동하고자 한다는 것을 통계는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죠.
VR이나 AR을 구현한 가상현실 기술이 여행을 대체하자는 이야기는 이미 하고 있지만,
앞선 통계로 그럴 수 없는 이유는 다들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호모 비아토르'는 지금 이 순간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짐을 챙겨 목표로 한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생과 공존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아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우리는 왜 여행을 꿈꾸고 본질적으로 무엇을 찾아 헤매는가?를 알아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